삶이 아름다운 것은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 황혼의 오후 늦게,
시간을 바라보면 문득 느끼는 그 무엇,
"아! 아름다운 세상!" 하고 느끼는 것이다.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이 시간-
그 자체만으로도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지나간 세월 속에 갖지 못했던 삶의
소중한 그 무엇이
역시 황혼의 어느 저녁에 느끼게 되니
옛 사람들의 말이 다 맞는 말이다.
"나이들면 철들고
철들면 죽는다"는---
아직도 나는 철이 덜 들었다.
이 세상을 떠날 때가 아직은 조금 더 남았다는 뜻이다.
오늘,
영화 '더 파더'(The Father)을 관람했다.
역시 남우주연상 수상자 답게 안소니 홉킨스의 매력적인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이 시대 노인들의 문제를 잘 다룬 우수작이다.
가슴이 찡한 내 미래를 생각했다.
내게도 요즘 건망증이 부쩍 많아졌다.
아직 할일이 태산같이 미뤄져 많은데 하루에도 몇번씩 뇌파가 끊기는 현상은 어찌 할 도리가 없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요즘 부쩍 자주 밀려온다.
예전엔 전혀 갖지않았던, 미래에 대한 두려움-
기(氣)가 약해진 탓일까?
아직까진 이 세계에서 제왕처럼 모든 일에 결재권자 이지만 언제인가는 아니 내일이라도 내 뇌파는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조짐이 오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내 뇌파가 이상이 오면 내 세계도 이 세계도 다 끝나는 것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꼭 많은데-- 내 의식의 불이 시간과 세상의 바람에 흔들거린다.
어느날 꺼져야 할 때
나는 당당히 꺼지고 싶은데-
지금으로 봐서는 글쎄이다.
추한 호랑이로 눕고 싶지는 않다.
패배한 전사로 사라지고 싶지는 않다.
생각해 보니 태어날 때부터
더 근원적으로는 이 세상에 오기 전부터
이 광대한 우주에 생명으로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원래 나 혼자만의 이야기를 해 온 것을
오늘 깨닫는다.
우리는 이 지상에서
때로는 부모형제와 연인과 친구와 그리고 모든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 하며
수많은 순간들을 공유했지만
결국은 자기 혼자만의 이야기를 해 온 것이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
이제부터
이 지구상에서
아직 남은 이야기,
그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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