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원래 나 혼자만의 이야기 -220501/엄원지

불시착자 2022. 5. 1. 21:01

삶이 아름다운 것은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 황혼의 오후 늦게,

시간을 바라보면 문득 느끼는 그 무엇,

"아! 아름다운 세상!" 하고 느끼는 것이다.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이 시간-

그 자체만으로도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지나간 세월 속에 갖지 못했던 삶의

소중한 그 무엇이 

역시 황혼의 어느 저녁에 느끼게 되니

옛 사람들의 말이 다 맞는 말이다.

 

"나이들면 철들고

철들면 죽는다"는--- 

 

아직도 나는 철이 덜 들었다.

이 세상을 떠날 때가 아직은 조금 더 남았다는 뜻이다.

 

오늘, 

영화 '더 파더'(The Father)을 관람했다.

역시 남우주연상 수상자 답게 안소니 홉킨스의 매력적인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이 시대 노인들의 문제를 잘 다룬 우수작이다.

가슴이 찡한 내 미래를 생각했다.

 

내게도 요즘 건망증이 부쩍 많아졌다.

아직 할일이 태산같이 미뤄져 많은데 하루에도 몇번씩 뇌파가 끊기는 현상은 어찌 할 도리가 없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요즘 부쩍 자주 밀려온다.

예전엔 전혀 갖지않았던, 미래에 대한 두려움-

기(氣)가 약해진 탓일까?

아직까진 이 세계에서 제왕처럼 모든 일에 결재권자 이지만  언제인가는 아니 내일이라도 내 뇌파는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조짐이 오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내 뇌파가 이상이 오면 내 세계도 이 세계도 다 끝나는 것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꼭 많은데-- 내 의식의 불이 시간과 세상의 바람에 흔들거린다.

 

어느날 꺼져야 할 때 

나는 당당히 꺼지고 싶은데-

지금으로 봐서는 글쎄이다.

 

추한 호랑이로 눕고 싶지는 않다.

패배한 전사로 사라지고 싶지는 않다.

 

생각해 보니 태어날 때부터

더 근원적으로는 이 세상에 오기 전부터

이 광대한 우주에 생명으로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원래 나 혼자만의 이야기를 해 온 것을

오늘 깨닫는다.

 

우리는 이 지상에서 

때로는 부모형제와 연인과 친구와 그리고 모든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 하며 

수많은 순간들을 공유했지만

결국은 자기 혼자만의 이야기를 해 온 것이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

 

이제부터

이 지구상에서

아직 남은 이야기,

 

그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