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빨간 벽돌집/엄원지

불시착자 2012. 6. 17. 00:46

 

 

                     빨간 벽돌집

 

 

                                          엄 원 지

 

 

신(神)들의 눈에도 잘 띄지 않는 깊숙한 그 숲 속엔

언제나 스킨 잎새  가득한

신비한 빨간 벽돌집 한 채가 있었다.

 

 

이른 아침이면

태양을 보기위해 갓 피어난 이슬방울들이

나무 끝가지에 매달려

삶의 허무를 오히려 찬탄하였고

새들은 밤새, 오스스 떨던 그 여린 깃털을

벽돌 지붕 위에서 파드득 털며

해질녘 안온의 어둠을 위한 먼 -허공의

비상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거기

세상 안에 있으면서도

세상 밖을 살아가는 한 수행자가 있어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한 필의 묵(墨)과

한 두루마리 종이 뿐.

 

 

혹 나그네 있어

겨울날의 북풍을 피해 묵어 갈라치면

그들은 살아있는 날의 사랑과 낭만을 이야기하며

오랜 여행의 고독과 비애를 잠시 잊고 갔나니

 

 

하얀 종이 위에

은하수처럼 빛나는 그의 시어(詩語)들처럼

사랑하는 이의 눈망울과 따뜻한 그의 가슴이

영원한 기억 속에 가만히 새겨져

 

 

이름 없는 이 숲길에 들어 설 때 마다

그리운 마음을 일으켜 세우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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