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詩)
시/ 엄 원 지
그 얼어붙은 겨울
밤새도록 우는
하얀 강의 노래를 들으며
깜깜한 하늘 수많은 별을 헤아리던
푸른 눈을 가졌던 그 사내는
낮달도 아니고
밤달도 아닌
어정쩡한 저녁에 뜬
홀로 유유하는 희미한 달을 바라보며
뒷 터 대숲가지에 걸린
바람소리에나 마음을 쓰는
무심한 세월 속, 나그네가 되어버렸다.
누군가 사립문 앞에 서서
주인장을 찾고 있다
저녁상으로 내어줄 것이란
평생을 짊어지고 온
기억 보따리 외엔
달리 대접할 것이 없는데
천년 만년을 떠돌다가
잠시 쉬어가는 이승에서
끝내 찾지 못한 내 시(詩)는
저 먼 우주
어느 길목에서나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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