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시인의 혼 2 / 엄 원 지
이미 사람들의 도시는 병들어
그 요란한 욕정의 북소리는
순결한 조상들의 대지 위로 개척자인양 진동해 오고
선한 이들은 권력과 부의 노예가 되어
이른 새벽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헤어날 길 없는 가난의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범죄하는 자들은 오히려 참회의 눈물보다는
저마다 부조리한 사회의 합당성을 주장하며
이 도시 저 마을로 활보하는 세상.
그래도 병든 세상,
썩어가는 세계를 위하여
어둔 밤 잠 못 이루는
이름없는 이들의 간절한 기도가 있어
오오
봄은 다시 오는구나
투명한 햇살 가득히
빌딩 숲 깊숙히 감추어진 치부를 드러내며
세월의 봄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오는 구나
돈키호테를 열망하는
가난한 시인의 창에도
뭉게구름같은
하얀 아지랭이를 일으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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