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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시인의 혼 9 - 엄 원 지

불시착자 2011. 12. 7. 05:18

 

                                                                                                 (사진=연꽃1/2011.07. 05 경남 합천호 부근/엄원지) 

표류하는 시인의 혼 9

 

                                엄 원 지

 

시인은 늘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가 명명(明明)한 대낮에 본

금색 황포를 입고 길다란 지휘봉을 휘두르며

발빠른 말 위에 앉아

여러명의 부하를 이끌고 지나간 관리와,

황금으로 치장한 높다란 성곽의 창을 통하여

헐벗은 일꾼의 옆구리에 매달린

동전 몇 닢의 수를 헤아리는 부자와,

양손에 두꺼운 책들을 항상 들고 다니며

무지한 이들에게 깨우침을 주기 보다는

그들 위에 군림하려는

커다란 안경을 쓴 지식인의

이글거리는 날카로운 눈매를 생각하며

 

시인은 꿈 속에서

그들의 가슴을 해부하고

아름다운 세상의 선한 마음을 넣어주는

작업을 쉬지않고 넣어준다.

 

시인은 그렇게

늘 꿈을 꾸며 살아간다.

 

1995년 '표류하는 시인의 혼'시집 중에서 발췌

-'맑은샘 푸른숲'의 발전을 기원하며---